금강하구사람 / 화장의 기술(문화영)
화장의 기술
문화영
우울함을 커버하는 데는 물광 파운데이션이 좋아
립스틱은 빨개도 되고 누드 빛이어도 돼
립스틱과 같은 색깔의 볼 터치를 해주면 자신감이 생겼다는 거야
듬성거리는 눈썹은 꼼꼼하게 메꿔줘야 해
모난 성격을 다듬듯 공을 들여야 하지
네가 나를 닮아 이마가 납작하잖아
하이라이트로 음영을 줘봐
이마 위로 꿈이 흐르는 거 같지 않니
넌 아직은 모르지만
눈뿐만이 아니라 입꼬리도 처지더라
이건 화장으로도 포장이 안 돼
미소로 늘어진 용기를 당기는 거지
주름진 생각도 팽팽해지게
아직 끝난 게 아니야
완성은 지우는 것이거든
길어진 마스카라는 솜과 면봉으로 두 번 닦아야 해
과잉된 것은 꼭 잔여물이 남으니까
종일 높여놓은 콧대는 리무버로 지우고
저녁이면 자기의 민낯을 바라봐야 하지 그래야
아침이면 극진하게 화장을 하거든
네 외할머니도 오랜 시간을 들여 화장하고 관에 들어가셨지
볼그족족한 볼 터치에 미소를 머금었던 거 기억나지?
- 시집 『화장의 기술』, 詩와에세이, 2020
우울함을 애써 감추려는 마음은 없으나 살짝 포장하고 싶은 순간이 있기는 하지 아무래도 이건 잘 보이고 싶은 본능에서 벗어나지 않은 행동으로 여기네 부끄러움을 느낀다거나 양심을 저울질할 정도는 아니거든 그러니까 글을 쓸 때 생각을 잘 다독거려 예쁘게 보이고 싶은 것이나 같은 거 아닐까 왜냐하면 글을 보이는 데에 죽기 살기로 달려들지는 않으니까 말야 좀 가벼운 마음으로 나누는 생각 이왕이면 내 속이 잘 그려지도록 마음을 좀 써보는 거지 그거 외에는 없어 사실 내 생각은 촌스러워서 이래저래 꾸미는 것이 더 우스운 거 알거든 그래서 글자 사이 어떤 장치를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다가도 톡톡 마음 한쪽 얹고 마는 거 아닐까 꾸미면 꾸밀수록 나를 감추는 화장보다는 스스로 기억해낸 내 원래 모습을 그려주고 싶어 요란하지 않고 다만 나를 멀리 떠나보내지 않는 화장을 하려고 오늘도 글자 사이 손가락은 몇 번 머뭇거렸네 매일 썼다 지우는 화장인데도 늘 그렇지 당신에게 나를 보이는 마음이 그래 그저 욕심을 버린 뒷모습이라도 읽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그래