시를 읽고 남은 생각

금강하구사람 / 한파특보(황구하)

금강하구사람 2020. 12. 30. 14:28

한파특보

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황구하

 

 

보일러가 터졌다

어제는 수도꼭지가 꽝꽝 얼어붙었다

 

나흘 전에는 베란다에 세탁물이 차오르고

부엌 하수구 물이 콸콸 역류했다

 

한 주 전 고혈압으로 쓰러진 남편 큰 병원으로 실려 간 뒤 맥을 놓아버린 여자,

 

골골골 앓고 있다

 

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- 시집 『화명』, 詩와에세이, 2018

 

 

 

 

 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. 사람이 떠난 자리 불이 꺼지고 냉기가 차오르는, 몸으로 먼저 오는 동결의 외로움이 그렇다. 한파특보는 예고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, 그러니까 며칠 전 역류의 조짐으로 감지한 몸의 언어를 듣긴 했지만, 그게 참 견뎌내기 쉽지 않다. 목숨을 확인하는 맥은 홀로 뛰는 게 아니라서, 그동안 천천히 일어나고 알게 모르게 이어가던 생이 사람과 사람을 잇는 온기여서

 

  맥을 놓치고도 그 끈을 놓을 수 없다. 오래 견딜 버릇을 만들려고 속울음으로 앓는다. 추위와 외로움을 달래는 그만의 알약이 울음을 부르고 울음을 밀어내다가 이후로 따뜻한 그리움을 생성하기까지… 오늘 군산은 무척 춥다. 며칠 눈과 추위가 겹칠 거라는 문자가 떴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