시를 읽고 남은 생각
금강하구사람 / 입동 무렵(황구하)
금강하구사람
2021. 1. 1. 13:44
입동 무렵
황구하
지붕 낮은 뜬바위골 할매 집
토방에 군불 지피자
저도 고단했는지
쪽문으로 엉금엉금 기어들어 와
에고 삭신이야,
두 다리 뻗고 엉덩이 모로 몸을 누이는
쭈그렁 늙은
달
- 시집 『화명』, 詩와에세이, 2018
겨울에 들어와 기웃거리는 군불에는 꼭 거기 어울리는 고구마 생각이 나네 마음 따뜻한 이는 처음부터 그랬던 것이 아니고 추울 때 기울어지는 몸의 말을 받아들이던 사람이야 따뜻한 언어를 받는 버릇으로 입동부터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 마음의 동결에 햇빛이 들기까지 찬 기운을 견디는 주문을 외워야 하지
그러다가 저녁 깊어지면 달이 오르겠지 늙은 달 품은 방에는 시도 함께 눕지 않겠나 돌아누운 모습 그 어깨에 가만히 손 얹은 시간에는 설움도 녹네