오창렬 / 등
등 오창렬 기다리던 책 출간 소식을 보였더니 와, 예쁘다! 산뜻한 표지 사진에 감탄하던 아내는 당신 이름이 없네~ 금세 어두워진다 내 자랑이 잠시 무안해지는 틈으로 반가움이 서운함과 실망으로 급강하한 맥락을 보니 아무개, 아무개, 하며 예닐곱의 내로라하는 시인들을 열거하고 내 이름은 등(等)자에 숨겨놓았다 등(燈)이 내 별호잖아, 되잖은 농으로 무안함을 달래두고 나는 잠겼다 저 내로라하는 이름들이 영롱한 불꽃 같으니 저 찬란의 주위를 두르는 일 또한 귀하지 않은가, 하여 나는 등 아니라 등피여도 좋겠다 불꽃을 감싸 어둠을 밝히면 등피까지가 등불 아닌가, 궁리하는 내 안에 거짓말처럼 등불 하나 켜져 무안을 자랑으로 말갛게 헹궈놓는 것이었다 .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