주눅 들다 洪 海 里 대금이나 하모니카 잘 부는 이 앞에서내 시는 주눅이 들고 만다대금 가락이 나를 날려 버리고하모니카 소리가 시를 날려 버린다글씨 잘 쓰고 그림 잘 그리는 사람 앞에 가도내 시는 맥 못 추고 움츠러들고말 잘하는 친구 앞에 앉으면내 입은 닫히고 만다시 잘 쓰는 시인을 만나면나는 쥐구멍을 찾기 일쑤다가진 것 없어도 갖추갖추 장만해야지겁나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움츠러들지 말자 시들지 말자너를 만나도 그를 만나도일없다 일없다 하자 하면서도! ― 시집 『찰나는 칼날처럼 푸르다』, 놀북, 2026 남의 재주가 좋아 보일 때가 있다. 대금 소리에 내 시가 날아가고, 글씨 잘 쓰고 그림 잘 그리는 사람 앞에서는 괜히 작아진다. 말 잘하는 사.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