시인과 시 읽기 3
당신은 다른 별에서 온 사람이 아닙니다. 같은 말을 구사하고 같은 글자를 빌려 씁니다. 또한 함께 즐거워하고 슬퍼하는 습성을 가진 이웃입니다. 더하여,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남의 말을 경청하는 사람입니다. 그 마음으로 타인과 관계합니다. 사람들 마음을 가슴으로 품었다가 내놓는 모양을 귀하게 여깁니다.
그러나 오늘은 이전과 다른 생각을 남기게 됩니다. 받은 시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 어떤 문장은 얽히고설켜 거기서 빠져나오느라 애를 먹었습니다. 읽어내는 역량이 부족한 이유도 있겠습니다. 하지만, 쉽게 읽히지 않는다는 말이 그렇습니다. 시인이 겸손한 관찰자의 입장에서 벗어나지는 않았는지요.
시를 읽을 때 시인의 의도를 분석하려고 기를 쓰고 덤비지 않으려고 합니다. 시를 공부방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거부합니다. 이 나이에 머리를 싸매고 도서관에 앉는 자세를 취할 수는 없습니다. 물론 이론을 세우고 분석하여 평에 이르는 시 읽기는 출발부터 시각을 달리하는 작업입니다. 비평가의 영역입니다.
내가 원하는 시 읽기는 분석을 떠나 오히려 시인의 의도와 다른 무엇을 만나는 자리입니다. 나는 그저 감상하다가 감상은 쓰지 않고 어떤 느낌을 뭉클하게 만나기를 바랍니다. 내가 예상하지 못한 그림 한 폭 떠올랐노라, 하고 고백하는 편안한 읽기를 말하려는 것입니다. 이번 시집에는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.
시인은 어떤 마음을 읽어주고 그 마음을 넌지시 들키는 사람입니다. 그 일을 어렵게 진행했다면 소통의 방법을 회복해야 합니다. 내 시를 읽어주기를 바란다면 무조건 남의 시를 먼저 읽기를 권합니다. 시가 복잡해지는 이유는 사람의 마음을 읽지 않기 때문입니다. 시를 전혀 읽지 않는 시인이기 때문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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