졌다
황구하
한나절 내내 미동도 없다
늦가을 오후 바람 좋은 풀밭에 앉아
어디 보자, 누가 먼저 움직이나
북천 너럭바위 두루미랑
수읽기를 하다가 겨루기를 하다가
스르르 손풀고 일어섰다
그는 외발로 서 있었다
- 시집 『화명』, 詩와에세이, 2018
늦가을 오후로 앉아
마음에 결실 한 줌 얹으려다가
언젠가 그 강가에서
바라는 것 없이 바람을 맞던 날
아무것도 얻지 못해도 적적하지 않은
보내고 기다리지 않아도 그리움 둥둥 떠오고 떠가는
저녁에야 깨닫는 하수下手의 승복
늙어서도 그리하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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